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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RPG 여행 (2) Wasteland

1995년의 어느 봄날, 하드디스크가 사라진 PC에 3.5인치 디스켓을 넣고 게임을 실행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버섯구름과 자막으로 지나가던 긴박한 메시지를 통해 마치 ‘그날 이후’를 연상케 하는 웨이스트랜드(Wasteland)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구성된 일행을 데리고 미국 서부의 사막으로 향했습니다. 사막을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사냥하던 중 새로운 재미를 찾으러 마을에 들렀다가 한 귀퉁이에 서있던 어떤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했습니다. 그 아이를 괴롭히던 다른 아이들이 계속 시비를 거는 겁니다.

마을에서 돌아다니면 불쑥 나타나서 끝까지 쫓아다니는 통에 건물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가 되자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이들을 제거하기로 결정했죠. 총기를 난사하며 싸운 결과 그들은 끝내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다시 거리를 활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다시 나타나더군요. 끈질기게 따라붙는 그들은 과연 인간이었을까요? (하긴 그래픽 상으로는 아이를 가장한 좀비(?) 같았습니다;;)

전 RPG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습니다. 무엇을 할까 찾아보던 중 어린 시절에 하던 SSI의 명작 Phantasie III: Wrath of Nikademus를 구해서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데,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네요.

마을 근처에서 해골 병사 무리를 만났습니다. 3턴 안에 전멸시킬 수 있는 병력이라 안심하고 ESC를 누른 순간, 파티 구성원 중 1명만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놀라 도망가려 했지만 잠자는 일행들을 혼자서 끌고 갈 수도 없기에 그대로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방비상태의 우리 파티는 속수무책으로 몰매를 맞더니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어서 일행은 다행히 아스트랄(-.-) 플레인으로 갔습니다. 부활의 희망을 품고 염라대왕(?)을 찾아갔지만 1명만 완전 부활이고 2명은 레벨업이 되지 않는 언데드, 나머지는 모두 묘비로 변해버렸습니다.

기준은? 선악 판단 같은건 없습니다. 완전히 염라대왕 마음대로군요;;


뒤늦게 장만한 던전시즈2(Dungeon Siege 2)를 한참 진행하다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연타하며 H키를 누르는 단순한 플레이에 지겨움을 느끼던 중 문득 떠올린 게임이 있었습니다. PC용 롤플레잉 게임(이하 RPG)의 고전이자, 90년대 후반 RPG 장르의 부활을 이끈 폴아웃(Fallout) 시리즈의 전신 웨이스트랜드(Wasteland, 1986년).. 결국 던전시즈2를 잠시 봉인하고 그 오래된 게임을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1996년 초에 엔딩 직전까지 갔다가 시험의 압박으로 인해 그만둔지 꼭 10년만의 일입니다.

비록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오늘날의 게임에 비해서는 초라한 모습이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재미는 최신 게임 못지 않네요. 언제나 게임과 함께했던 지나간 시절의 즐거움도 되살아나구요.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아스날을 응원하며 이겨냈던 피버 피치(Fever Pitch)의 주인공처럼, 추억이 깃든 게임을 통해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합니다..

첫번째 마을을 지나 어느덧 광산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적들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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