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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유독 게임과 관련된 추억들이 많았습니다. 손놀림이 무딘 탓에 오락실 키드가 되기는 역부족이었지만 그 대신 학교 컴퓨터실과 집을 오가며 제법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도 경험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래된 공책에 마치 일기를 쓰듯 그림과 글을 섞어서 게임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었던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한 장난에 가깝다 하겠지만 당시에는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기분으로 세계관을 만들고 스토리를 구상하는 등 제법 진지하게 내용을 써나갔는데, 거기에 적은 게임들은 대개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담에 골든 액스 풍의 액션을 가미한 ‘이스 외전 시리즈’, 대이변으로 파괴된 세계를 구원하려는 영웅의 활약을 그린 북두의 권 스타일의 RPG ‘소시에떼’, 그라디우스 II 고파의 야망에 등장했던 파일럿의 후일담을 다룬 슈팅게임 ‘졸다의 반란‘, 리플리가 작업용 로봇을 타고 외계인들과 사투를 벌이는 격투게임 등…

세월이 흘러 아이디어 노트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지만, 어린 시절에 품었던 작은 포부는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고전게임의 향기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오늘도 고전게임을 손에 쥐었습니다. IMF 사태 직전에 구입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CD를 넣고 대규모 물량전의 매력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방 한쪽에서 잠자던 발더스 게이트 II도 다시 설치하려고 합니다. 평범한 영웅에서 먼치킨으로 변해가는 주인공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뛰는군요.

예전에 즐겼던 게임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2002년 수준의 PC 사양으로 최신 게임을 즐기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과거에 했던 게임의 감흥을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플레이 자체에 급급했던 당시에는 미처 돌아보지 못하던 것들을 천천히 살펴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고전게임의 향기 속으로 빠져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슈프림 커맨더(Supreme Commander)가 나올 때까지는 말입니다.

게임기를 버리다…

그동안 구석진 곳에 방치해 뒀던 게임기를 결국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돌아가는 게임도 찾기 어려운,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긴 SFC를 말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으로 즐겼던 게임 3종(Chrono Trigger, Metal Max II, 수제전기)이 전부네요.

수많았던 추억들을 접어두고 떠나보내기가 못내 아쉽긴 합니다.

고전 RPG 여행 (2) Wasteland

1995년의 어느 봄날, 하드디스크가 사라진 PC에 3.5인치 디스켓을 넣고 게임을 실행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버섯구름과 자막으로 지나가던 긴박한 메시지를 통해 마치 ‘그날 이후’를 연상케 하는 웨이스트랜드(Wasteland)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구성된 일행을 데리고 미국 서부의 사막으로 향했습니다. 사막을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사냥하던 중 새로운 재미를 찾으러 마을에 들렀다가 한 귀퉁이에 서있던 어떤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했습니다. 그 아이를 괴롭히던 다른 아이들이 계속 시비를 거는 겁니다.

마을에서 돌아다니면 불쑥 나타나서 끝까지 쫓아다니는 통에 건물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가 되자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아이들을 제거하기로 결정했죠. 총기를 난사하며 싸운 결과 그들은 끝내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다시 거리를 활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다시 나타나더군요. 끈질기게 따라붙는 그들은 과연 인간이었을까요? (하긴 그래픽 상으로는 아이를 가장한 좀비(?) 같았습니다;;)

전 RPG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습니다. 무엇을 할까 찾아보던 중 어린 시절에 하던 SSI의 명작 Phantasie III: Wrath of Nikademus를 구해서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데,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네요.

마을 근처에서 해골 병사 무리를 만났습니다. 3턴 안에 전멸시킬 수 있는 병력이라 안심하고 ESC를 누른 순간, 파티 구성원 중 1명만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놀라 도망가려 했지만 잠자는 일행들을 혼자서 끌고 갈 수도 없기에 그대로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방비상태의 우리 파티는 속수무책으로 몰매를 맞더니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어서 일행은 다행히 아스트랄(-.-) 플레인으로 갔습니다. 부활의 희망을 품고 염라대왕(?)을 찾아갔지만 1명만 완전 부활이고 2명은 레벨업이 되지 않는 언데드, 나머지는 모두 묘비로 변해버렸습니다.

기준은? 선악 판단 같은건 없습니다. 완전히 염라대왕 마음대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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